산다는 게 힘겨운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그렇듯, 삶은 고된 여정이고 수많은 사건들 이 한데 어우러져 중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버거운 하루하루 인생을 살 아내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향해서 가고 있는지조차 잊고 사는 때가 허다합니다. 그러다보니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요원(遙遠)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 쌓여만 가는 피로사회 속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삶의 행복을 논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세상은 더 현명해지고 더 강해져야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부추겨왔기에. 그래서 등 떠밀리듯 그래야만 되 는 줄 알고 고단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힘겹습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 삶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여유 없이 산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바른 생각이 자 기 자신을 다스릴 공간이 없고, 이기적 마음이 휘두르는 욕망에 방임된 채 살아가 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타인을 밀쳐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 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참다운 여유란, 세상은 각 박하다는 말 한마디의 체념, 혹은 냉소로 살기보다는 세상은 살맛나는 아름다움이 어디서나 있을 수 있음을 나를 통해서도, 우리를 통해서도 가능함을 나타낼 수 있 는 마음과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엔 세상이 냉소의 대상이 아니라, 아름다운 칭찬의 대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마저 없다면 우리 인생은 여지없이 낭패입니다.
사람에게 여유가 있다는 것은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에서 오는 차이만이 아닙니 다. 다만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죠. 베짱이처럼 여유만 부리다가 낭패를 당하는 삶 은 분명 나쁘지만, 시간에 쫓겨 개미처럼 생각 없이 사는 삶도 정작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흰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날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커피라 도 한 잔 마시지 않고서는 베길 수가 없기에 반갑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자 신이 누군지를 생각할 여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C. S. 루이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너 자신을 땅속에서 묵묵히 겨울을 견디는 씨앗으로 생각하라. 정원의 주인이신 이가 정한 때에 꽃 피기를, 드디어는 세상에 나가기를, 드디어는 깨어나기를 기다리 는 한 씨앗으로 생각하라.” 비록 지금도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이지만, 따뜻한 봄기운을 기대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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