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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여유
관리자 2024-02-02 추천 0 댓글 0 조회 104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끼고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금남리로 내달렸다. 갓 볶아 내린 커피 가 생각나서다. 여기까지 쓰면서 밝혀둘 게 있다. 첫 문장은 사실이고, 그 다음 문장은 거짓 이다. 사실 난 아메리카노 같은 내린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순전히 아내의 강요 (?)에 의해 가긴 가지만, 거기서 마시는 커피는 그렇게 쓰고 텁텁할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 음미해보지만 이내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내겐 내린 커피보다 가공된 인스 턴트 믹스커피가 훨씬 더 좋다. 혼자 마셔도 좋지만, 여럿이 둘러서서 종이컵에다 마시는 커피믹스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카페에서는 믹스커피를 팔지 않으니 그곳에 들릴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쩔 수 없이 유자차나 대추차 같은 차 종류나, 그도 아니면 레모 네이드나 자몽주스 같은 탄산이 가미된 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다.​

 

이 날도 퇴원한 후 처음으로 아내가 운전하는 차로 금남리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카페 프 랜차이즈로 유명한 Y카페를 찾았다. 커피 값이 다른 곳보다 싸서 그런지 카페 안은 꽤나 많 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주문하고서 기다리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혼 자 온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알 수 없는 저마다의 사연과 대화들이 오간다. 어떤 커플 은 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누고, 또 어떤 이들은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연신 손뼉을 치면서 박장대소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 때부턴가 이런 분위기가​참 좋다. 사람 사는 맛이 나서다. 사람과의 어울림은 이래야 된다고 말한다면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짓궂은 것일까. 다만 아쉬운 것은 믹스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데 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손에 받아든 라떼의 향긋한 향기가 진동한다. 거기다가 시럽도 듬뿍 넣었다. 한입 삼키니 아쉽지만 커피 맛은 전혀 나질 않는 달콤한 맛 그 자체다. 마시면 마 실수록 입꼬리가 당겨졌다. 우두커니 창밖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아내가 말을 걸어 왔다. 평소에 이런저런 이유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참이나 나누었다. 새로울 것도 없지 만,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둘 사이 대화의 물꼬가 트였나 보다. 그렇게 한참 생각의 물길 을 길어 올려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잠언 20장 5절 말씀에 보면, “사람의 마음에 있는 모략은 깊은 물 같으니라. 그럴지라도 명철한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내 느니라.”고 했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며 새삼스레 생각했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는 시대 이지만, 변화의 속도와 사람의 정(情)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살면서 사랑하는 이 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져봄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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